개요 : 스릴러
개봉일 : 2025-03-19
감독 : 드류 행콕
출연 : 소피 대처, 잭 퀘이드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컴패니언]은 [애비게일]처럼 아무 사전 정보 없이 보면 좋은데, 그게 쉽지 않은 영화입니다.
일단 포스터부터가 초반 반전을 노출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애비게일]만큼 노골적이지는 않으니, 운좋게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라면 이 리뷰를 읽지 말고 그냥 보러가세요.
굉장히 놀라운 반전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니, 사실 아주 정석적인 길을 가고 있는 영화지만,
그래도 사전 정보 없이 볼 때에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영화는 세르게이라는 러시아인 거부가 갖고 있는 호숫가 외딴 집에서 주말을 보내려는 커플을 보여주면서 시작됩니다.
전형적인 호러 영화의 도입부이고, 당연한 일이지만 영화의 스토리는 그 장르적 기대를 만족시킵니다.
많이들 죽어요. 단지 영화의 전개 방식은 슬래셔 호러와는 조금 다릅니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같은 프롤로그가 끝날 무렵, 주인공 아이리스는 내레이션을 통해 자신이 남자친구 조시를 죽인다는 사실을 밝히거든요.
그러니까 이 영화가 살인마에게 쫓기는 파이널 걸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 뭔가 다른 이야기죠.
그 반전은 첫 번째 살인이 일어나면서 밝혀집니다. 아이리스는 조시의 컴패니언 로봇이에요.
조시와 아이리스의 첫 만남에 대한 조시의 기억은 입력된 것이고, 아이리스는 자신이 로봇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게 가능할까요? 배설이나 식사와 관련된 문제는 어떻게 처리한 걸까요.
하긴 중간중간에 그런 것에 대한 가짜 기억이 삽입되거나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게 막는 프로그램을 상상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라, 아이리스가 자신을 강간하려는 세르게이를 정당방위로 죽였다는 것입니다.
그건 이런 종류의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무언가 음모가 개입된 것이죠.
여기서부터 아주 놀랍지는 않아도 밝혀지는 순간 만족스러운 즐거움이 있는 반전들이 꾸준히 이어집니다.
그러니까 아주 새로운 큰 반전 하나에 지탱하는 대신, 제대로 기능하는 작은 반전들에 의해 치밀하게 움직이는 '웰메이드' 연극과 같은 영화입니다.
그게 아주 제대로 작동하고 있어서 결말(아이리스가 조시를 죽입니다. 심지어 어떻게 죽이는지도 알아요.
중간중간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큼직한 체호프의 총이 나오니까요)을 밝히고 시작하는 영화인데도 서스펜스를 잃는 일이 없습니다.
필립 K. 딕의 전통을 진지하게 잇고 있는 영화입니다. 여기서 가장 큰 주제는 이식된 기억과 정체성의 문제죠.
영화는 여기에 페미니즘과 유독한 남성성에 대한 비판을 추가합니다.
영화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건 조시로 대표되는 백인 인셀 남성에 대한 야유고요. 영화의 페미니즘은 조금 더 미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일단 로봇인 아이리스는 '여성'일까요? 이 캐릭터는 모든 소동이 벌어지고 난 뒤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할까요?
아이리스가 '여성'이 아니더라도 성차별적 환경과 남성 폭력에 대한 메시지는 여전히 작동합니다만,
전 이 주제를 조금 더 깊이 다룰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이 부분을 조금 가볍게 넘기고 있습니다만.
[엑스 마키나]처럼 인공지능을 깊게 다루는 영화는 아니지만, [컴패니언]은 자신만의 재미를 갖고 있는 영화입니다.
빠르지만 성급하지 않은 페이스로 질주하며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아요. 무엇보다 유머가 풍부하지요.
그리고 소피 대처와 잭 퀘이드의 진짜로 재미있는 연기를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