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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우

   개요   :  애니메이션

   개봉일   :  2025-03-19

   감독   :  긴츠 질발로디스

   출연   :  -

   등급   :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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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트 질발로디스의 [플로우]는 아카데미상 후보가 된 최초의 라트비아 영화입니다. 

장편 애니메이션 부분과 국제영화상 부분에 후보로 올랐지요.

국제영화상이 외국어영화상이던 시절에 후보가 되었다면 재미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 영화에는 인간 언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제가 본 올해 아카데미 후보작 중 가장 마음이 가는 영화입니다.


이름없는 회색 고양이가 주인공입니다. 고양이는 비교적 최근에 버려진 것 같은 집에 혼자 살고 있어요. 

집 주변엔 다양한 고양이 조각상이 세워져 있고요. 그런데 갑자기 이 세계가 홍수에 잠겨 버립니다. 

고양이는 얼떨결에 보트 위에 올라와 목숨을 건지는데, 그러는 동안 보트 위에 오르는 동물들이 조금씩 늘어갑니다. 

카피바라, 골든 리트리버, 여우원숭이, 뱀잡이수리.


이 영화에서 논리나 이유 같은 걸 따지는 전 부질 없는 일입니다. 완벽하게 설명되는 것이 불가능한 곳이에요. 

일단 보트에 탄 다섯 동물들은 자연스러운 조건에서는 같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고양이와 골든 리트리버는 어느 대륙에나 있겠지만 카피바라는 남아메리카에 살고 

여우원숭이는 마다가스카르 섬에 살며 뱀잡이수리는 아프리카 대륙에 살죠. 


이 세계는 이들이 그냥 같이 살아도 이상하지 않은 곳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집에 고양이 드로잉이 그려지고 있었던 집과 비교적 

멀쩡하게 작동되는 보트가 있는 곳인데도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어요. 

여기에서 가능한 설명은 단 하나. 그냥 그렇게 존재하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논리없이 꿈처럼 존재하는 이 세계는 경이로울 정도로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여기서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메시지를 읽을 수도 있겠지만, 전 거기에 대해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기엔 이 세계가 너무 낯선 곳이니까요.


영화 속 동물들도 쉽게 설명될 수 없습니다. 이들의 가장 큰 매력은 의인화되지 않은 실제 동물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고양이나 개와 같이 사는 사람들은 특히 그걸 더 잘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인간의 흉내내지 않은 진짜 고양이와 같은 동작과 표정 같은 것이 캐릭터 연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정말 실제 동물처럼 행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 그렇다면 이 영화의 이야기는 시작도 할 수 없어요. 무엇보다 이 영화의 동물들은 서툴게나마 보트를 조종할 줄 압니다. 

후반에는 캐릭터 한 마리가 초자연현상에 말려들고요. 역시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설명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조금 비디오 게임 같아 보이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동물 캐릭터의 다소 거친 모습 때문에 그럴 수도 있는데, 그보다는 스토리텔링 방식 때문입니다. 

종종 고양이 주인공을 조작하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분위기의 고전들이 몇 개 생각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게임스러움이 이 작품의 영화적인 매력을 빼앗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강화시키죠.


동물들의 거친 털 묘사는 아마 제작 조건과 관련있을 수도 있습니다. 블렌더 eevee 엔진으로만 제작, 렌더링한 영화라고 합니다. 

전 이 방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게 어떤 의미인지는 확실히 모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 업계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비명을 질러대더군요.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몇 분만 지나면 거친 털 묘사 따위는 잊어버리고 말 그대로 영화 속에 들어가는 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긴트 질발로디스의 첫 장편 영화 [어웨이]는 몇 년 전에 시카프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엔드크레딧이었지요. 

70분이 넘는 장편 영화인데 엔드 크레딧에 오직 감독 이름만 떴어요. [플로우]는 그 정도는 아닙니다. 

질발로디스가 협업으로 만든 최초의 영화라고 해요. 

그리고 혼자 살던 고양이가 다른 동물들과 어울리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감독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면서 체험한 경험과 연결된다고 합니다.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서 이런 첫 경험이 가능하다니, 우린 정말 멋진 신세계를 살고 있나 봅니다.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